“소고기? 그건 특별한 날에나 먹는 거였어”
– 고대 중국 사람들의 식탁,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는 이야기 하나
내가 마트 정육 코너에서 멈춰 선 건 단순히 장바구니가 무거워서가 아니었다.
비닐로 단정히 싸인 소고기 조각들이 줄지어 놓인 그 유리 진열대 앞에서,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고기를 예전엔 사람들이 함부로 못 먹었다지.”
그 말이 어디서 들은 건지, 언제였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머릿속 어딘가에 오래 박혀 있던 문장이었다.
소는 먹는 게 아니었다. 함께 사는 거였다.
고대 중국에서는 소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못 먹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 소는 고기가 아니라 노동력이었고, 밭을 가는 파트너였고, 집안의 숨은 기둥 같은 존재였다. 한나라 시대엔 소를 도축하면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었단다. 무섭지만, 어쩐지 이해는 된다. 가족 같은 존재를 식탁 위에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니까.
나는 가끔 그런 상상을 해본다.
한 가정의 마당 끝, 줄로 묶인 커다란 소 한 마리. 아이는 그 소의 등에 기대 잠들고, 아버지는 그 소가 하루에도 몇 번씩 헛기침을 하는지 기억하고, 어머니는 소 먹이로 쓸 짚을 골라낸다.
그런 존재를 잡아먹는다는 건, 고기를 넘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삼키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가끔은 먹었다.
물론, 모든 건 예외가 있다.
한나라 시대의 무덤에서 소고기가 들어간 밀가루 케이크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다. 말린 소고기도 나왔다.
누구를 위한 음식이었을까?
나는 상상한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자리. 다듬어진 옷을 입고, 손에 잔을 든 사람들이 모여 앉은 조용한 마당.
그곳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오늘은 소고기예요.”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을 것이다. 사랑, 작별, 또는 아주 오래된 감정 하나.
일상엔 늘 돼지고기가 있었다
소고기가 특별한 날의 음식이라면, 돼지고기는 매일을 책임지는 고기였다.
키우기 쉽고, 잡아먹기 좋고, 누구의 노동력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어쩐지 그게 조금 슬프다.
늘 곁에 있었던 것들은 대개 당연하게 여겨지고, 그 당연함은 이따금씩 잊힌다.
그리고 장소에 따라 다른 이야기들
북부의 유목민들처럼 소고기를 더 자주 먹었을지도 모를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경 사회에서는, 소는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존재”였다.
음식이 아니라 가족, 혹은 동료.
그런 존재를 고기로 바라보는 일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고기 한 점, 기억 한 조각
그날, 나는 결국 소고기를 사지 않았다.
돼지고기를 한 팩 집고, 버섯 몇 개를 더해 장바구니를 닫았다.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 건 아니었다.
그저… 한 조각의 고기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것에는 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때때로 우리의 감정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오늘 당신 식탁 위의 무언가도, 언젠가는 그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당신은요?
어떤 음식이, 어떤 기억을 데려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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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이야기해봐요.
가끔은 그렇게, 고기 한 점 앞에서 인생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요.